"그때 제가 '나중에 혹시 좋은 자리 가면, 나도 뭔가 사회를 위해서 그들처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다짐을 했다" -최태성
국가장으로 치러진다면 역사상 두 번째.
취임 직후인 2017년을 마지막으로 추도식을 찾지 않고 있는 문 대통령
상처도, 상처 극복 노력도, 현재진행형이다
1987년에 촉발된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낸 다양한 이들의 얼굴을 나열하고 그들의 내면 속에 켜켜이 쌓여가는 열망이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다 끝내 다다르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결말부에선 '1987'이 1987년이라는 시대 자체를 캐릭터처럼 제시하는 영화임을 확인하게 된다.
MBC에서 노조가 탄생한 건 1987년 12월이었다. 1987년은 6월 항쟁이 일어난 해다. 새로운 시대적 갈망이 꿈틀대던 그해에 MBC 노동조합이 설립됐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을 거다. 노동조합의 탄생은 공정한 방송 보도를 지향하고 국민에게 진정한 알 권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MBC 내부자들의 열망에서 비롯된 것 이었다. 흥미로운 건 9월 4일 총파업을 시작한 지금의 MBC가 그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은 김영철에겐 정치와 경제의 몰락기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시작되어 2008년 금융위기로 끝난 "그들의 잃어버린 10년"은, '좌파 정권이 경제도 망가뜨린' 경험이 되었다. 그 즈음 노인이 된 김영철은, 가정과 사회에서 퇴출당하기 시작했다. 이어진 신자유주의 각자도생과 아이티(IT)와 디지털의 속도와 효율성 속에서, 노인들의 부적응과 소외와 불안은 가속화되었다. 그 와중에 준댔다 안 준댔다 줬다가 뺐다가 한 '20만 원(기초노령연금)'에 대해 김영철은 '박근혜 덕'으로 감사해했다. 가난했던 젊은 시절 그들을 먹고 살게 해 준 박정희와, 다 늙은 지금 자식도 못 주는 20만 원을 매달 꼬박꼬박 통장에 넣어주던 박근혜는, 그들이 사랑하는 '조국'이며, 그들이 지킨 '국가'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수배와 구속, 그리고 고문도 감수하면서 투쟁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작년 11월에 초등학교 4학년인 사랑하는 딸아이와 같이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하면서도 참 많은 생각들이 났었다. "아, 내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와 함께, 유혈진압에 대한 두려움 없이, 그리고 계엄령에 대한 두려움 없이, 대통령을 몰아내는 시민항쟁에 동참하고 있구나~"라는 사실 자체가 매우 감격스러웠다. 이 사건을 통해 대통령은 '선출된 왕(王)'이 아니라, 단지 '5년 시한부로, 위임받은 권력'에 불과하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그리고 어쩌면 처음으로 국민적 학습을 하게 되었다.